현대의 PR기술, 광고 전략, 마케팅 이론은 유혹의 기술에 근거
유혹의 전제 조건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마음자세에서

얼마 전 한 피부과 의사가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 음식점을 개업했다는 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지금의 상태로는 노후에 대한 대비를 할 수 없다고 느껴 새로운 음식소스를 개발하여 창업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어떻게 해서 이런 사태까지 왔나’하고 의사들은 씁쓸함을 감출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피부과 의사인 그는 평생 듣지도 못한 욕도 들어가면서 서비스의 기본을 배우게 되었다고 한다.
이제는 병원에서 환자들을 대할 때 환자들이 요구하기 전에 먼저 미소를 지을 수 있게 되었으며 더 이상 의사들의 상징처럼 되어버린 무뚝뚝한 표정이나 고압적인 말투는 사라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피부과 의사는 ‘상대방을 알게 되면 백전백승’이라는 옛 말처럼, 음식점을 경영하면서 얻는 부수입보다는 새로 의료서비스 마케팅을 실험하고 있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현대사회를 읽는 중요한 키워드 ‘유혹’
피부과 의사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의료서비스라는 말이 생소하게 들리지 않겠지만 의료서비스가 이제는 철저한 시장 논리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된 시점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직도 의사들은 의료서비스에 대해 막연하게만 생각하고 있다. 이는 기본적인 마케팅 지식보다는 의학적 지식만 배우는 데에만 몇 십 년을 소비하기 때문이다. 단지 인테리어로 바꾸고 직원교육을 시키고 주차장을 넓히는 것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 지면과 다른 마케팅 교과서를 통해서 많은 마케팅 기법 등을 섭렵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무엇을 먼저 시도해야 되는지 순서를 정하기부터 힘들다. 그래서 이번 호에서는 의사의 발상의 전환의 일환으로 유혹의 12가지 법칙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생뚱맞게 ‘유혹’이라는 단어가 나오게 되어 난감한 표정을 지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의 사회학자 장 보드리야르는 ‘유혹’을 현대사회를 읽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라고 명명한 바 있다. 현대의 PR기술, 광고 전략, 마케팅 이론 등은 따지고 보면 모두 이러한 유혹의 기술에 근거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로버트 그린의 <유혹의 기술>이라는 책에서 보면 유혹의 전제조건은 유혹하고자 하는 대상이 개인이든 대중이든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려는 마음자세라고 말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의사가 진료하기 편한 입장이 아니라 환자가 편히 진료 받을 수 있는 입장에서 생각하려는 마음자세를 유혹의 기본자세로 본 것이다. 의사 입장에서야 당연한 걸로 생각하지만 환자의 입장에서 병원 진료실에 들어가게 되면 자신의 이야기를 제대로 피력하지 못하고 나오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기 때문에 유혹자로서의 의사는 환자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경청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환자들이 3분이라는 진료시간을 가장 큰 불만으로 삼고 있다는 사실을 의사들은 알고 있는가?

스스로의 이미지를 연구해야
또한 <유혹의 기술>에서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고 정의했을 때 스스로의 이미지를 드높여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는 한편 그들에게 일상의 권태에서 탈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유혹자야 말로 그러한 정의에 부합하는 인간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는 의사 스스로의 이미지에 대해 연구해야 된다는 뜻일 것이다. 외모적으로 준수하게 생겼다거나 키가 크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피력하고자 하는 것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호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된다는 것이다.

한 방송프로그램에서 미소를 짓는 여학생과 무표정의 남학생이 동시에 광고 전단지를 권했을 때 어느 쪽이 더 많은 전단지를 배포했는가에 대한 실험을 진행한 적이 있었다.
실험 결과는 이미 예측한 대로 미소를 짓는 여학생이 무뚝뚝한 남학생보다 더 많은 전단지를 배포했다. 이는 조지 오초아 & 멜린다 코리의 <당신의 미래를 바꾸는 Next Trend>에서 내다본 의학 관련 분야 트렌드로 ‘여의사의 전성시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매력적인 유혹자로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될까? 유혹자는 상대가 서서히 내적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는 의사에게 경계심을 풀고 자유롭게 자신의 질병에 대해서 맘껏 대화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된다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환자스스로 질병에 대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진료실은 밝고 화려하게 꾸미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불편한 진료용 의자에 앉아서 진료를 받는 것은 환자에게 아주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는다.

대기실도 볼만한 꺼리가 많이 준비하여 오랜 대기시간을 변화된 시간감각으로 느끼게 만들어야 한다. 아이들이 놀이공원에서의 1시간과 억지로 공부할 때의 1시간을 천지차이로 느끼는 것과 같다.

유혹은 마케팅의 기본

병원에서의 진료가 유쾌한 경험으로 남기위해서 유혹자로서의 의사는 철저하게 환자들의 입장에서 배려하는 마음자세로 하나하나 준비해 나가야 한다. 사실 병원을 선택하게 될 때 환자들은 아주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는 것을 잊지 말자.

그렇다고 뭔가 의사 스스로 뭔가를 서비스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환자가 받도록 해서는 안 된다. 그 대신 눈치를 채지 못하게 은근하고 부드럽게 다가가야 한다. <유혹의 기술>에서 보면
첫째, 직접적인 것보다는 우회적으로 접근해야 된다고 밝히고 있다. 관심을 가질만한 이벤트를 통해 자연스럽게 병원을 홍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끊임없이 즐겁게 만들어야 한다. 유머감각이 있는 사람이 미인을 얻는다고 했던가. 암튼 즐거움은 유혹자인 의사를 긍정적인 이미지로 받아들여 진료의 효과도 높일 수 있다.
셋째,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미지로 무의식에 파고들어야 한다. 무의식에 각인된 정보는 평생을 두고 절대 변하지 않는다.

이렇듯 고객을 확 사로잡기 위해서는 ‘유혹’이라는 아주 매력적인 기법이 있다. 이는 단지 의사라는 직업에서만 통용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분야에서 사용되는 마케팅의 기본이 아닐까 싶다. 어떤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것은 의사 스스로의 가치보다 더욱 업그레이드 된 가치를 부여하게 될 것이다.
 

자료출처 - 비즈앤이슈